나의 노가다 30-1

딴돈으로 비아그라 사먹고 떡치러 가즈아~~~

나의 노가다 30-1

링크맵 0 1,552 2020.03.19 16:38
출처블라인드 건설엔지니어

한창 입주자 점검으로 바쁠 시기에 작업자 열명 정도가 함바집 사장 아줌마를 앞세우고 사무실로 쳐들어왔다.

 

험상궂은 얼굴로 공사팀에 오더니 밀린 임금 달랜다. 내장목수 팀이네.

 

어쩐지 사고칠거 같다했어.

 

내장목수는 당시 계약 조건이 생산 공장을 끼고 실행소장이 설치를 하는 생산과 설치가 분리된 구조였다. 특히 자재가 칼같이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치만 하는 소장은 인건비 따먹기 장사였고 능글능글하게 일하던 이 소장은 정말 여러가지로 힘들게 했었다.

 

조금이라도 먹에 안맞으면 못한다 돈달라 그러고 저번에 층간변위로 인한 레벨 조정을 커튼박스에서 하기로 했음에도 그리고 그걸 일일이 다 세대별로 먹을 찍어 치수를 적어줬음에도 일률적으로 도면치수대로 발주를 하여 못한다고 엄청 징징댔었다.

 

그러던 이 사람이 준다 준다 해놓고선 작업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또 함바식당 결재도 몇개월치 미룬 채 잠적을 해버렸다.

 

작정을 하고 온 건지 죄다 자리에 앉거나 바닥에 드러누워서 돈달라고 했고 요상하게도 함바식당 아줌마 목소리가 제일 컸다.

 

이 사람들 돈 못받으면 문제지만 그 동안 밥먹은 밥값은 어떡하냐면서 사무실이 쩌렁 쩌렁 울릴 정도로 떠들어댔다.

 

하.. 뭐냐 진짜.

 

당시 함바는 뭐 다들 알겠지만 특별한 커넥션을 가지고 운영되기 있었고 긴 말은 안하겠다.

초창기에는 잘 나오다가 어느순간 이건 군대에서도 안먹는 짬밥수준으로 나오고 불법 매점 운영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직접 관리는 관리팀에서 했지만 정작 이럴 때는 코빼고도 안보이고 모른척을 하더라.

 

어찌저찌 겨우 달래서 보내고 나니 이 노가다 바닥이 참 허무했다.

 

땡깡부리고 징징대도 그렇게 사람 좋아 보이던 내장목수 소장이 잠적을 하고 그러고 그 시끄러운게 어느정도 정리되니 나타나서 자기가 이랬네 저랬네 이제는 자기 임금체불 건으로 나타나더라. 역겨웠다.

 

마침 몇세대 가구설치가 안되어 발을 동동 구르고 공단에 위치한 공장까지 찾아가서 사장을 만나서 겁박도 해보고 애원도 해봤지만 소용 없었다.

 

이게 내가 보낸 신뢰에 대한 회답인가 싶기도 하고 다시금 토공사와 골조업체들이 떠올랐다.

 

거칠기는 비교할바가 아니지맡 그래도 소주한잔 하고 풀고 싸우고 욕하고.. 사나이 정신을 가지고 하나씩 완성해 갔던 그 때에 비해서 마감업체는 정말 하나같이 다루기도 힘들고 얍삽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일을 잘 몰라서 당한것도 부지기수였던 것 같다.

 

꾸역꾸역 준비를 해 나갔다.

화장실 변기에 싸 놓은 똥을 처리하고 서랍 안에 숨겨둔 똥도 처리하고 발코니 구석에 고이 놓여있던 똥도 치우고 계단실 중간 참에 말라있던 똥도 치웠다.

 

계단실에 있는 똥을 치울 때는 박부장과 같이 있을 때였는데 엄청 혼났다. 니가 현장을 안 도니까 계단실에 똥이 말라있는거 아니냐고.

 

억울하지만 뭐.. 사연을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알겠다기 하곤 면장갑 낀 손으로 똥을 주워 버렸다.

 

준공청소 팀이 들어와서 청소를 했고 바닥보양재를 놔두고 상하거나 지저분한 것만 교체를 했다.

 

그리고 복도 바닥도 보양하고 화장실 수전도 닦고 창문도 닦았다.

 

확실히 준공청소가 한번 지나간 곳은 깨끗해 보이지만 구석 구석 자세히 보면 미진한 부분이 보였다. 내가 입주자라면.. 이라는 생각으로 돌아보니 자꾸 잔소리를 하게되고 준공청소 소장하고도 참 많이 싸웠다.

 

기다리던 그 날이 왔다.

 

도우미들이 보강되고 이쁜 제복을 입고 입주자 점검 센터에서 대기하고.. 우리들도 조를 짜서 데스크에 대기했다.

 

도우미들이 입주자들을 해당 세대까지 안내를 하고 체크리스트를 넘겨주고 내려오고 표시하로 접수하는 업무를 하지만 우리들은 좀 악성 민원이나 까다로운 입주자들 전담으로 상대하려 대기했다.

 

기억에 남는 한 세대가 있는데 아 예예 하고 도우미들과 함께 세대를 가서 자기네가 알아서 체크하겠다 하고선 도우미를 보냈단다.

 

보통 입주자 점검 시간이 종료되면 하자 리스트를 엑셀에 입력하고 정 궁금하면 해당 세대에 가 보기 마련이다.

 

그 중 한 세대는 제일 작은 평수인데도 불구하고 호치키스끼지 찍어 열장이 넘었다.

 

으잉? 이건 뭐지...?

 

체크리스트 원본을 보니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있었고 도배관련된 건만 이백건이 넘었다.

 

아.. 베이크 아웃 하느라 난방을 할 때 좀 온도가 높아서 도배지가 터지긴 했는데 여긴 안한건가...

 

문을 열고 불을 키니 이건 뭐 미국 컨트리송 옐로우 트리가 떠올랐다.

 

사방이 노란색 포스트잇으로 붙여져 있었고 바닥도 벽도 천정도 따박따박 붙어 있었다.

 

캬... 놀랍구나.

 

조금이라도 벽지에 헤어라인 스크레치가 나도 붙여놨고 타일메지도 변기 뒤에 잘 안보이는 곳의 두께가 약간 상이한 부분도 붙여놨다. 하.. 저기 붙이기 힘들텐데.

 

다음 날 해당 세대 입주자는 재방문 했고 도우미가 사색이 되어 동 담당을 찾았다.

 

아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궁금해서 올라가니 아줌마 두명과 젊은 처자가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어제 체크했는데 왜 아무런 움직임이 없냐고 귓청이 떨어져 나갈만큼 소리를 질렀고 이거 우리 아들 신혼집인데 이렇게 엉망으로 해놔도 되냐면서 호통을 치셨다. 아 옆에 계신분이 예비신부님이시군.

 

이미 사람 상대하는건 이골이 난 지라 웃으면서 죄송하다 빨리 처리해드리겠다 하고 따라다니며 하나씩 얘기를 들었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해서 바꿔준다. 아들이랬다.

 

"여보세요?"

 

"아 네. 고생이 많아요. 난 XX건설 다니는 직원인데 어제 제가 가서 하자 체크를 했거든요? 집이 상태가 그래서 되겠어요? 큰맘먹고 구입한 집인데 영 실망스러운게 아니네요."

 

"아 예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전 동 담당 김XX대리라고 합니다. 제가 방금 어머님 따라 다니면서 하자를 하나씩 봤는데요 동종업계에서 근무하시니 잘 아시겠지만 대부분은 금방 처리할 수 있는 하자라서 제가 잘 기억해두고 처리하겠습니다. 근데 입주자 점검 기간이 끝나고 하자보수에 들어가는데 그렇게 해도 될까요?"

 

"아놔 안돼요 당장 하세요! 집을 그렇게 해 놓고 잠이 옵니까? XX건설은 그거밖에 실력이 안됩니까?"

 

하.. 이사람 뭐지 진짜.

 

그러던 중 전화기 넘어로 무전소리가 들려왔다!

 

"(최기사 송신!) 아 잠시만요. 예 송신하십쇼!"

 

뭐 기사?

 

하..

 

알겠다고 대충 어둘러 끊고나서 최대한 빨리 해주겠노라 했다. 아줌마는 우리 아들이 응 엄청 좋은 건설사를 다니는데 여기도 그런줄 알았는데 이름에 비해서 형편 없다고 불만을 늘어놓았고 혹시나 해서 아드님이 회사 들어간지 얼마냐 됐냐고 물었다. 이제 일년 좀 넘었는데 엄청 일 잘해서 에이스란다. 그래서 이렇게 다 알아서 체크하고 그랬단다.

 

아 예 알겠습니다 하고 정중히 돌려보냈다.

 

이자식 이거 겉멋만 들어서!! 가족들하고 같이 와서 건설사 다니니 자기가 뭐 좀 보여주고 싶어서 이런 되도 않는 하자까지 잡았겠지... 에효..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 날 저녁에 이기사와 함께 다시 세대를 방문해서 마법을 부렸다. 도배지 스크레치는 풀칠을 하고 오려내고 다시 붙이고 문틀과 온돌마루는 크레피스로 쓱싹쓱싹 감쪽같이 지우며 처리해나갔다.

 

이기사에게 얘기를 해주니 깔깔 웃으며 그 미친새끼네요 하고 XX건설 학교동기에게 전화를 걸어서 최기사가 어떤 앤지 뒷조사를 했다.

작년에 입사한 친구라네요라고 이기사가 전해줬다.

 

"마침 제 동기가 그놈아 인근 현장에서 근무 중인데 갈구라고 할까요?"

 

아니라고 냅두라고 했다. 뭐.. 다 그 나이때는 혈기왕성해서 한참 불끈할 때 아니겠느냐 했고 이기사도 캬캬 웃으며 일년 지났는데도 그만 안둔거 보면 오래갈 친구네요 그 회사 엄청 빡신데.. 하면서 남은 하자를 처리해갔다.

 

다음 날 그 집은 또 왔고 또 불려갔다.

어떻게 그 많은 하자가 이렇게 없어질 수 있냐고 궁금해했고 어제 제가 밤새 다 교체하고 손봤다 했더니 아니 건설회사 직원들이 그런거를 하냐 그건 기술자들이 하는거 아니냐 묻더라.

 

"아 예 워낙 급한 사항이고 이런건 동 담당이 직접 하는게 빠르고 확실합니다. 아마 앞으로 아드님도 저랑 같은 모습으로 일할거에요. 그러니 아들이라 생각하시고 잘 좀 봐주세요! 좀 큰 교체할거는 입주자 점검 기간 끝나고 제가 직접 처리할께요! 그리고 제가 아드님 회사에 제 학교 동기들도 있어서 연락해봤더니 아주 일도 잘 하고 에이스랍니다! 앞으로 잘 봐주라고 부탁해놨습니다."

 

아주머니는 입이 귀에 걸리며 아들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걔가 어려서부터 효자에다가 공부도 잘하고 맨날 일등만 해서 학교도 좋은데 가고 가서도 말썽 하나 안부리고 좋은 회사도 척척 들어가서 그렇게 평가받는다니 너무 좋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셨다.

 

 

그 세대는 그걸로 해결됐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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